설계 용역비 미지급, 누구와 계약했느냐가 중요합니다

“도면은 다 넘겼는데 잔금을 안 줍니다.”

설계 용역비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같은 말을 하는 두 분에게 드리는 답이 완전히 다릅니다.

갈리는 지점은 하나예요. 그 설계를 누가 맡겼느냐입니다. 건축주가 직접 맡긴 일이라면 일반적인 미수금과 같은 길로 갑니다. 원청 회사에서 넘겨받은 일이라면 훨씬 센 카드가 셋이나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가르는 법부터, 각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약서를 못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드릴게요.

핵심 요약

  • 설계를 원청 회사에서 넘겨받았다면 하도급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이 보호 대상 목록에 건축설계를 이름 그대로 적어 두었거든요.
  • 이때 늦은 대금에 붙는 이자가 60일을 넘긴 기간에 대해 연 15.5%입니다. 건축주와 직접 계약했을 때의 연 6%보다 두 배가 넘습니다.
  • 원청이 2회분 이상 밀렸다면 건축주에게 직접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해야 시작되고, 건축주가 원청에 이미 준 돈은 빼고 받습니다.
  • 계약서를 못 받았어도 방법이 있습니다. 일의 내용과 금액을 적어 확인을 요청하고 15일 안에 답이 없으면 내가 적은 대로 인정하고 시작합니다.
  • 건축주와 직접 계약했다면 이자는 연 6%이고, 내용증명에서 지급명령으로 가는 길을 씁니다.
  • 설계비는 3년이 지나면 못 받습니다. 세는 출발점은 도면을 넘긴 날이 아니라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게 된 날이에요.

내 설계비는 누구에게 받을 돈인가요?

이 질문부터 답해야 나머지가 정해집니다. 두 가지 경우로 갈립니다.

첫째는 건축주가 설계사무소에 직접 맡긴 경우입니다. 땅 주인이나 시행사가 설계사무소와 바로 계약한 그림이에요. 이때는 특별한 법이 따로 없어서 일반 거래와 같은 규칙으로 갑니다.

둘째는 다른 회사가 받아 온 일을 내가 넘겨받은 경우입니다. 큰 설계사무소나 엔지니어링 회사가 발주를 따 놓고 그중 설계를 내게 맡긴 그림이에요. 이쪽이 하도급이고, 조건이 맞으면 하도급법이 들어옵니다. 조건은 2절에서 짚겠습니다.

계약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건축주와 직접 계약 원청에서 넘겨받은 설계
적용되는 법 민법과 상법 여기에 하도급법이 더해집니다
언제까지 줘야 하나 계약서에 정한 날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 안 (예외 있음)
늦었을 때 이자 연 6% 연 15.5% (60일을 넘긴 기간에만)
안 줄 때 쓸 카드 내용증명 → 지급명령 → 소송 여기에 더해 건축주에게 직접 청구,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계약서가 없으면 견적서와 메일, 입금 내역으로 다툽니다 일의 내용을 적어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기한 받을 권리는 둘 다 3년. 하도급이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한 3년이 따로 붙고, 세는 출발점이 서로 다릅니다 (6절에서 설명합니다)

이제 오른쪽 칸부터 보겠습니다. 쓸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서예요.

원청에서 받은 설계라면 하도급법이 편을 듭니다

먼저 건축설계가 이 법의 대상인지부터 짚고 가야 합니다. 대상이 맞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일의 목록에 건축설계를 이름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항 제3호). 엔지니어링 회사의 설계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다만 아무 하도급에나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맡긴 쪽이 중소기업이 아닌 회사이거나, 중소기업이더라도 내 사무소보다 매출이 커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비슷한 규모끼리 주고받은 일이라면 이 법을 못 씁니다.

맡긴 쪽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봅니다. 법은 설계를 업으로 하는 회사가 그 설계를 다른 설계 회사에 맡긴 경우를 여기 넣어 두었거든요(같은 조 제11항). 큰 설계사무소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받은 일이라면 바로 들어맞습니다. 설계를 하지 않는 시공 회사에서 받았다면 그 회사가 설계까지 업으로 하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그 회사가 건축사사무소나 엔지니어링 회사로도 등록돼 있는지, 발주자에게 설계까지 책임지기로 한 계약인지가 갈림길입니다.

이 법을 못 쓰더라도 돈을 못 받는 것은 아니에요. 5절에 적은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지급기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 안입니다(제13조 제1항). 설계라면 도면과 보고서를 넘긴 날이 출발점이에요. 계약서에 지급일을 안 적었거나 60일보다 뒤로 적어 두었다면, 넘긴 날부터 60일째 되는 날이 지급일이 됩니다(같은 조 제2항).

예외도 있습니다. 양쪽이 대등한 자리에서 정한 날짜라고 볼 수 있거나, 그 업계에서 그 정도 기간이 보통이라고 볼 수 있으면 60일을 넘겨 정해도 됩니다. 60일이 어떤 경우에도 못 넘기는 선은 아닙니다.

늦으면 이자가 연 15.5%입니다

60일을 넘겨서 주면 넘긴 기간만큼 이자가 붙습니다(제13조 제8항). 이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로 정해 두었는데 연 15.5%입니다.

“넘긴 기간만큼”이 중요합니다. 60일까지는 이자가 안 붙어요. 90일 만에 받았다면 30일분에 대해서만 15.5%입니다.

설계비 1,000만원을 지급기일에서 90일 넘겼을 때 이자설계비 1,000만원의 지급이 지급기일에서 90일 늦어졌을 때 붙는 이자를 가로 막대 두 개로 비교한 그림이다. 건축주와 직접 계약한 경우는 연 6퍼센트가 적용되어 147,945원이고, 원청에서 넘겨받은 설계로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연 15.5퍼센트가 적용되어 382,191원이다. 아래쪽 하도급 막대를 파란색으로 표시했는데, 늦은 기간이 같은데도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나는 것이 이 글의 요점이기 때문이다. 하도급에서 지급기일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이 되는 날이 지급기일이 되고, 이자는 그 날을 넘긴 기간에만 붙는다. 두 막대는 모두 지급기일을 넘긴 90일을 같은 조건으로 놓고 계산했다.설계비 1,000만원을 지급기일에서 90일 넘겼을 때 이자지급기일을 안 정했다면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째가 지급기일입니다건축주와 직접 계약 연 6%147,945원원청에서 받은 설계 연 15.5%382,191원늦은 기간이 같은데 두 배가 넘습니다계산: 10,000,000원 x 이율 x 90/365, 원 미만 버림. 근거: 「상법」 제54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8항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2026-09-21 확인)
출처: 「상법」 제54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8항, 공정거래위원회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2026-09-21 확인). 계산식 10,000,000원 x 이율 x 90/365, 원 미만 버림.

설계비 1,000만원이 지급기일에서 90일 늦어졌다고 해 보겠습니다. 건축주와 직접 계약했다면 147,945원, 하도급이라면 382,191원입니다. 늦은 기간이 같은데 두 배가 넘게 벌어집니다.

그로우팀 의견

: 이 차이를 모르고 청구서에 연 6%를 적어 보내는 사무소가 많습니다. 한 번 적어 보내면 나중에 15.5%를 주장할 때 “본인도 6%라고 했지 않느냐”는 말을 듣게 됩니다. 청구서를 쓰기 전에 내가 이 일을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부터 확인하세요. 기준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상대입니다. 현장에 걸린 발주처 이름으로 판단하면 어긋납니다.

원청이 안 주면 건축주에게 바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청이 계속 미루면 그 위에 있는 건축주에게 직접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은 2회분 이상 밀렸을 것입니다(제14조 제1항 제3호).

“2회분”이라는 말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어요. 기성으로 나눠 받기로 한 계약이라야 회차가 생깁니다. 설계비를 준공 때 총액으로 한 번에 받기로 했다면 이 카드는 열리지 않습니다. 대신 원청이 부도가 났거나 세 당사자가 합의한 경우에는 회차와 상관없이 직접 청구가 열립니다(같은 항 제1호·제2호).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게 자주 빠집니다. 내가 요청해야 시작됩니다. 밀렸다는 사실만으로 건축주가 알아서 주지는 않아요. 요청이 들어가면 그때부터 건축주에게 직접 줄 의무가 생깁니다.

원청이 밀렸을 때 건축주에게 직접 받는 네 단계원청이 설계비를 주지 않을 때 건축주에게 직접 받는 절차를 네 단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타낸 그림이다. 첫째 단계는 원청이 2회분 이상 밀리는 것이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가 정한 지급기일이 기준이다. 둘째 단계는 내가 건축주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하는 것이며, 이 상자를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네 단계 가운데 유일하게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고, 요청하지 않으면 절차가 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단계는 건축주가 나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며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이 근거다. 넷째 단계는 그만큼 원청에 대한 건축주의 채무와 나에 대한 원청의 채무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며 같은 조 제2항이 근거다. 넷째 상자는 검은색으로 반전해 종착점임을 표시했다. 건축주가 원청에 이미 지급한 금액은 빼고 받는다.원청이 밀렸을 때 건축주에게 직접 받는 네 단계두 번째 칸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 주지 않습니다원청이 2회분 밀림하도급법 제13조 기준건축주에게 요청내가 해야 합니다건축주가 직접 지급제14조 제1항원청 채무는 소멸제14조 제2항요청해야 시작됩니다두 번 받지는 않습니다근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4조 제1항 제3호·제2항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 2026-09-21 확인)
출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4조 제1항 제3호 및 제2항,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2026-09-21 확인)

다만 무조건 다 받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주가 원청에게 이미 준 돈은 빼고 줍니다(같은 조 제4항). 공사가 거의 끝나 건축주가 대금을 다 치른 상태라면, 건축주에게 남은 돈이 없어 내가 받을 것도 없습니다.

원청이 “저 설계사무소가 자기 직원 임금을 안 줬다”는 식으로 자료를 붙여 직접 지급을 멈춰 달라고 요청하면, 건축주는 직접 주면 안 됩니다(같은 조 제3항). 그러니 요청하기 전에 내 쪽 정산이 깨끗한지도 함께 봐 두세요. 다만 그 밀린 돈이 원청이 대금을 안 줘서 생긴 것이라면 원청은 이 중지 요청을 할 수 없습니다.

지급보증을 안 받은 경우에도 같은 직접 청구가 열립니다. 그 이야기는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다룬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계약서를 못 받았어도 방법이 있습니다

설계는 말로 시작하는 일이 잦습니다. “일단 스케치부터 해 봅시다” 하고 넉 달이 지나 있는 경우가 흔해요. 그러다 돈 이야기가 나오면 원청이 “정식으로 맡긴 적 없다”고 나옵니다.

이 상황을 위해 법이 장치를 하나 두었습니다. 원래 원청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줘야 합니다(제3조 제1항). 안 줬다면 그 자체가 위반이에요.

그리고 안 줬을 때 내가 쓸 수 있는 방법이 이어집니다. 맡은 일의 내용과 금액을 적어서 “이렇게 맡은 것이 맞습니까” 하고 서면으로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8항). 원청은 15일 안에 맞다 아니다를 서면으로 회신해야 하고, 회신이 없으면 내가 적은 대로 일을 맡긴 것으로 인정하고 시작합니다(같은 조 제9항).

“인정하고 시작한다”는 것이 “무조건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청이 나중에 반대 증거를 내면 다시 다투게 돼요. 지진이나 큰 사고로 회신을 못 한 경우도 예외입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비교하면 위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로우팀 의견

: 이 확인 요청은 일이 틀어지기 전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사이가 나빠진 뒤에 보내면 원청이 15일 안에 부인 회신을 보내 버리거든요. 그러면 추정이 안 생깁니다. 반대로 관계가 멀쩡할 때 보내면 “네 맞습니다” 한 줄을 받거나, 바빠서 그냥 넘어가 추정이 생깁니다. 어느 쪽이든 나에게 남습니다.

건축주와 직접 계약했다면 밟는 순서

이쪽은 특별한 법이 없어서 일반 미수금과 같은 길입니다. 순서도 같아요.

먼저 금액과 기한을 적은 독촉을 보내 기록을 남깁니다. 늦은 기간에 붙일 이자는 연 6%입니다. 설계 용역은 장사로 하는 일이라 연 6%가 기준입니다(「상법」 제54조). 계약서에 이보다 높은 이율을 적어 두었다면 그 이율로 갑니다.

기한이 지나면 내용증명으로 바꿔 보내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지급명령으로 넘어갑니다. 전체 흐름은 미수금 회수 절차를 정리한 글에 단계별로 적어 두었습니다.

설계비는 3년이 지나면 못 받습니다

받을 돈이 있어도 오래 두면 받을 권리가 사라집니다. 설계비는 3년입니다.

설계를 하거나 공사를 감독한 사람이 그 공사로 받을 돈은 3년이 지나면 못 받는다고 법이 못 박아 두었습니다(「민법」 제163조 제3호). 설계자가 조문에 그대로 적혀 있어서 다툴 여지가 없는 자리입니다.

3년이 짧게 느껴지실 텐데요. 설계는 착수부터 준공까지 몇 년이 걸리는 일이 있어서, 중간 기성금을 못 받은 채 사업이 표류하면 그 사이에 기간이 지나가 버립니다.

3년을 언제부터 세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출발점은 도면을 넘긴 날이 아닙니다.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게 된 날부터 셉니다(「민법」 제166조 제1항). 계약서에 지급일을 적어 두었다면 그 날이고, 하도급이라면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째 되는 날입니다.

이 차이가 몇 달씩 벌어집니다. 도면을 넘기고 두 달 뒤가 지급일이었다면 3년은 그 두 달 뒤부터 시작해요. 넘긴 날로 계산해서 “이미 지났다”고 접으면 아직 남은 권리를 버리는 셈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3년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해 주는 기간도 3년인데, 이쪽은 도면을 넘긴 날부터 셉니다(제23조). 계약이 중간에 깨졌다면 깨진 날부터고요. 같은 3년이지만 출발선이 서로 다릅니다.

이름은 같은 3년, 출발선은 다릅니다
  언제부터 세나 지나면
돈을 받을 권리 돈을 달라고 할 수 있게 된 날 (계약서의 지급일, 하도급이면 일을 마친 날부터 60일째) 청구 자체를 못 하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도면과 보고서를 넘긴 날 (계약이 깨졌다면 깨진 날) 조사를 시작해 주지 않습니다. 돈 받을 권리는 별개로 남습니다

남은 기간을 계산하는 방법은 소멸시효를 정리한 글에서 확인해 보세요.

신고에는 덤이 하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은 잘못을 고치라고 명하고 과징금을 매기는 것입니다. 내 돈을 대신 받아다 주지는 않아요. “신고하면 돈이 나온다”고 기대하면 어긋납니다.

그런데 신고에는 법이 따로 정해 둔 쓸모가 하나 있습니다. 내가 동의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원청에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리면, 그 통지를 내가 돈을 갚으라고 청구한 것과 같이 봅니다(제22조 제3항). 3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시간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끝이 아니에요. 통지가 간 날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이나 지급명령을 내지 않으면 번 시간이 없던 일이 됩니다(「민법」 제174조). 신고는 6개월짜리 유예이지 3년을 새로 여는 장치가 아닙니다. 무혐의로 끝나거나 내가 신고를 취하해도 이 효과는 없어지고,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돼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계도서 저작권은 계약서부터 확인하세요

내가 그린 도면은 저작물이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저작물의 예를 들면서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적어 두었거든요(「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

“될 수 있다”고 쓴 이유가 있습니다. 예로 들어 두었다고 모든 도면이 자동으로 저작물이 되지는 않아요. 법이 말하는 저작물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서(같은 법 제2조 제1호), 법규와 대지 조건만 따라가면 누가 그려도 비슷해지는 도면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돈을 안 주면 도면을 못 쓰게 하겠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요. 계약서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계약서 문구에서 거의 결정됩니다.

볼 곳은 두 군데입니다. 하나는 저작재산권을 넘긴다는 조항이 있는지입니다. 있다면 도면에 대한 권리가 이미 상대에게 간 것이라 이 카드는 쓰기 어렵습니다. 다른 하나는 쓸 수 있는 범위를 정한 조항입니다. 저작물은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6조 제2항). 계약서에 “이 현장 설계에만 쓴다”처럼 좁게 적혀 있는데 상대가 그 도면을 다른 현장에도 돌려 썼다면, 그건 허락한 범위 밖입니다. 그 부분은 따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공공 발주 설계는 도면에 대한 권리를 누가 갖는지가 계약서에 미리 적혀 있는 경우가 많고, 이미 그 도면으로 건축허가까지 난 뒤라면 사정이 또 달라집니다. 이 절은 계약서에서 무엇을 확인할지까지만 말씀드립니다. 실제로 사용을 막을 수 있는지는 계약과 진행 단계를 함께 봐야 답이 나옵니다.

지금 모아 둘 자료

어느 길로 가든 필요한 것은 비슷합니다. 오늘 한 시간이면 정리됩니다.

설계비를 받으려면 챙겨 둘 것
자료 왜 필요한가
설계계약서 또는 발주서 금액과 지급일이 여기서 나옵니다. 돈을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3년은 이 지급일부터 셉니다. 계약서가 없다면 아래 항목들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도면과 보고서를 넘긴 기록 하도급 60일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한 3년을 여기서부터 셉니다. 메일 발송 기록이나 인수증을 남기세요
견적서와 이를 받아들인 답장 계약서가 없을 때 금액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 금액과 시기를 한 장으로 보여 줍니다
중간에 받은 기성금 입금 내역 얼마가 남았는지 계산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상대가 금액을 인정한 답장 “이달 말까지 정리하겠습니다” 한 줄이 있으면 그때부터 3년을 다시 셉니다. 지우지 마세요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를 안 썼는데 설계비를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는 계약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자료일 뿐이고, 계약서가 없어도 견적서와 이를 받아들인 답장, 도면을 넘긴 기록, 세금계산서로 증명합니다. 원청에서 받은 일이라면 더 나은 방법이 있습니다. 맡은 일의 내용과 금액을 적어 서면으로 확인을 요청하면 원청이 15일 안에 회신해야 하고, 회신이 없으면 내가 적은 대로 인정하고 시작합니다(「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8항·제9항).

설계를 끝까지 못 했는데 한 만큼은 받을 수 있나요?

계약을 어떻게 썼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계획설계, 중간설계, 실시설계처럼 단계를 나누고 단계마다 대가를 정해 두었다면 끝낸 단계까지는 청구 근거가 분명합니다. 단계 구분 없이 총액만 적어 두었다면 어디까지 했는지를 두고 다투게 되니, 중단 시점에 나온 도면과 회의록을 그대로 보관해 두세요. 왜 중단됐는지도 중요합니다. 상대 사정으로 멈춘 것인지 내 사정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설계가 마음에 안 든다”며 돈을 안 줍니다

마음에 안 든다는 것만으로는 대금을 안 줄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기준은 계약한 내용대로 했는지입니다. 다투게 되면 무엇을 요구받았고 무엇을 냈는지가 승부를 가릅니다. 수정 요청을 받은 메일, 그에 맞춰 고친 도면, 검토 회의록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세요. 반대로 요구받은 내용을 실제로 빠뜨렸다면 그 부분은 인정하고 나머지를 청구하는 편이 빠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돈을 받아 주나요?

받아 주지는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는 일은 잘못을 고치라고 명하고 과징금을 매기는 것까지입니다. 돈은 결국 직접 청구나 지급명령, 소송으로 받습니다. 그래도 신고에는 두 가지 쓸모가 있습니다. 원청이 시정명령을 피하려고 먼저 정산하는 경우가 있고, 내가 동의해서 원청에 신고 접수 사실이 통지되면 그것을 대금을 청구한 것과 같이 보아 시효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제22조 제3항). 다만 그 뒤 6개월 안에 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이어야 효과가 남습니다.

돈을 못 받았는데 그 도면으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계약서에서 저작재산권을 넘긴다는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있다면 도면에 대한 권리가 이미 넘어간 것이라 사용 자체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없다면 허락한 범위 밖의 사용인지를 따져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미 그 도면으로 건축허가가 났다면 공사를 멈추게 하는 것과 대금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실무에서는 사용 중지를 밀어붙이기보다 대금 청구와 함께 협상 재료로 쓰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 용역위탁과 지식ㆍ정보성과물에 건축설계 포함(제2조 제11항ㆍ제12항), 원사업자ㆍ수급사업자의 범위(제2조 제2항ㆍ제3항), 서면 발급과 위탁내용 확인 요청(제3조), 60일 지급기한과 지연이자(제13조), 발주자의 직접 지급(제14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최고 간주(제22조), 조사대상 거래의 제한(제23조), 손해배상 책임(제35조).
  • 공정거래위원회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 — 법 제13조 제8항 등에 따른 지연이율 연 15.5%.
  • 「민법」 — 공사의 설계 또는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채권 3년(제163조 제3호), 소멸시효의 기산점(제166조 제1항), 시효중단사유 중 승인(제168조 제3호), 최고와 시효중단(제174조), 중단후에 시효진행(제178조 제1항), 법정이율(제379조).
  • 「상법」 — 일방적 상행위에도 상법 적용(제3조),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 연 6분(제54조), 상사시효와 단기시효 우선(제64조).
  • 「저작권법」 — 저작물의 정의와 창작성 요건(제2조 제1호),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가 저작물의 예시(제4조 제1항 제5호), 저작물의 이용허락과 그 범위(제46조).
  • 「건축사법」 — 설계의 정의(제2조 제3호). 하도급법이 보호 대상을 정할 때 이 조문을 끌어다 씁니다.

내 설계비가 어느 갈래인지, 3년 중 얼마가 남았는지부터 막혔다면 계약 자료를 놓고 다음 수를 같이 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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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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