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압류 소멸시효, 잔고 0원이면 어떻게 되나

“10년 전에 통장 압류를 걸어 뒀으니 시효는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미수금 상담에서 종종 듣는 말입니다. 반만 맞습니다.

압류를 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것은 맞아요. 잔고가 0원이어도 중단은 됩니다. 그런데 그 중단이 언제 끝나는지가 문제입니다. 2025년 대법원이 여기에 선을 그었습니다.

압류와 시효가 만나는 지점만 조문과 판결로 정리해 드릴게요. 시효 기간을 어떻게 세는지, 압류를 어떻게 신청하는지는 다른 글로 넘깁니다.

핵심 요약

  • 압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입니다(「민법」 제168조 제2호). 대법원은 압류 당시 피압류채권이 없어도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된다고 봅니다.
  • 다만 송달 당시 압류 대상이 된 예금(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면 압류의 효력이 없어 집행절차가 곧바로 종료되고, 시효는 그때부터 새로 진행합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
  • 계좌가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지 않으면 장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도 효력이 없습니다.
  • 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와 채무자 양쪽에 송달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항). 압류의 효력은 은행에 송달되면 생기지만(제3항), 시효중단 효력은 채무자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생기지 않습니다(「민법」 제176조).
  •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는 10년입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중단되면 그때까지 지난 기간은 없던 것이 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 셉니다(제178조 제1항).

압류는 시효를 중단시킵니다

「민법」 제168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셋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가처분, 그리고 승인입니다. 통장 압류는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여기까지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덜 알려진 것은 잔고가 없어도 중단은 된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채권을 압류할 당시 그 예금이 없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류집행으로써 그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된다”고 합니다.

돈이 한 푼도 안 들어와도 압류를 건 행위 자체가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계좌라도 압류를 걸어 둘 실익이 있습니다.

두 번의 송달이 서로 다른 일을 합니다

여기서 채권자가 자주 놓치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와 채무자에게 송달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항). 제3채무자는 예금을 보관한 은행입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은 “압류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되면 압류의 효력이 생긴다”고만 적습니다. 추심명령에도 이 두 항이 그대로 준용됩니다(제229조 제4항).

즉 통장을 묶는 힘은 은행에 서류가 닿는 순간 생깁니다. 채무자에게 송달됐는지는 압류의 효력과 무관해요.

시효는 다릅니다. 「민법」 제176조가 이렇게 정합니다.

압류, 가압류 및 가처분은 시효의 이익을 받은 자에 대하여 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그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민법」 제176조

통장 압류는 은행을 상대로 하는 절차입니다. 시효의 이익을 받는 사람, 그러니까 채무자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채무자에게 통지가 가야 시효중단 효력이 생깁니다.

압류명령의 두 송달이 서로 다른 일을 한다법원이 낸 압류명령이 두 갈래로 송달되고 각각 다른 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나타낸 그림이다. 왼쪽 갈래는 제3채무자인 은행으로 송달되며,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에 따라 이때 압류의 효력이 생긴다. 즉 통장이 묶인다. 오른쪽 갈래는 채무자로 송달되며, 민법 제176조에 따라 채무자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채무자에게 송달하는 상자를 파란색으로 강조했다. 은행에만 송달되고 채무자에게 송달되지 않으면 통장은 묶이지만 소멸시효는 멈추지 않는 상태가 생긴다.압류명령의 두 송달이 서로 다른 일을 한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항은 둘 다에게 송달하라고 정합니다법원의 압류명령제3채무자(은행)에게 송달「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채무자에게 송달「민법」 제176조압류의 효력이 생깁니다시효중단의 효력이 생깁니다근거: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항·제3항, 제229조 제4항, 「민법」 제17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
자료: 「민사집행법」 제227조(금전채권의 압류)와 제229조 제4항(추심명령 준용), 「민법」 제176조(압류, 가압류, 가처분과 시효중단).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2026-09-08 확인)에서 옮겼습니다.

채무자에게 송달이 안 되기도 합니다. 통장은 묶였으니 절차가 잘 굴러간다고 여기기 쉬운데요. 송달 결과는 따로 확인하셔야 해요.

2025년 대법원이 그은 선

중단이 됐다면 언제까지 멈춰 있을까요. 「민법」 제178조 제1항은 “시효가 중단된 때에는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새로이 진행한다”고 정합니다. 그러니 중단사유가 언제 종료하느냐가 전부입니다.

압류를 걸어 두면 효력이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중단된 상태라는 설명을 자주 봅니다. 대법원 2024다310980 판결이 여기에 조건을 붙였습니다.

압류명령 정본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당시 피압류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없어 피압류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압류의 효력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압류명령의 송달로써 개시된 집행절차는 곧바로 종료되고, 이로써 시효중단사유도 종료되어 집행채권의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새로이 진행한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

피압류채권이 없었던 경우라면, 압류를 건 날 시효가 중단되고 같은 날 중단이 끝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채권자는 압류를 걸어 뒀다고 안심하는데 시계는 그날부터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계좌가 개설돼 있으면 괜찮을까요. 대법원은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도 압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조건을 달았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는지 여부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예금계약의 내용, 예금계좌의 잔액 및 입출금 내역 등 예금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거래의 실태, 채무자가 해당 예금계좌를 사용한 목적 또는 용도,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

장래 예금채권 압류의 효력을 볼 때 종합하는 사정
판단 요소 이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
예금계약의 내용 은행 세 곳 중 두 곳은 계좌가 개설된 적조차 없었습니다
잔액과 입출금 내역 남은 한 계좌는 송달 약 7개월 전에 잔액 전부가 출금돼 0원이 됐고, 그 뒤로도 입출금이 전혀 없었습니다
계좌를 사용한 목적과 용도 잔액을 뺀 출금도 채무자의 뜻으로 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였습니다. 거래 종류는 “지급명령”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판결문은 이 요소만 따로 떼어 판단하지 않고, 위 사정들과 함께 종합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그 계좌가 “수시로 입출금이 이루어져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되었던 예금계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건을 시간 순으로 보면 채권자가 무엇을 놓쳤는지 분명해집니다. 압류명령이 은행에 송달된 날은 2010년 3월 9일이고, 채권을 넘겨받은 회사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날은 2023년 2월 14일입니다. 그 사이가 약 13년이에요.

대법원 2024다310980 사건의 경과대법원 2024다310980 사건의 경과를 다섯 시점으로 늘어놓은 타임라인이다. 2009년 8월 14일 채무자의 예금계좌에서 잔액 전부가 출금되어 0원이 되었다. 2010년 2월 5일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2010년 3월 9일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은행 세 곳에 송달되었는데, 그중 두 곳은 계좌가 개설된 적이 없었고 한 곳은 잔액이 0원이었다. 2023년 2월 14일 채권을 양수한 회사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되었다. 2025년 5월 15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압류·추심명령이 은행에 송달된 2010년 3월 9일은 파란색으로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24다310980 사건의 경과압류 송달과 소장 송달 사이가 약 13년입니다2009.8.14예금계좌 잔액전부 출금, 0원2010.2.5지급명령 확정2010.3.9압류·추심명령은행 세 곳에 송달2023.2.14소장 부본 송달2025.5.15대법원파기환송근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전문)
자료: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청구이의). 날짜와 사실관계는 판결문에 적힌 것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원심은 서울중앙지법 2024. 10. 30. 선고 2023나54619, 54626 판결입니다.

원심은 계좌가 하나라도 있었으니 장래 예금채권에 대한 압류는 유효하고, 그 효력이 존속하는 한 시효중단이 계속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그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그로우팀 의견

: 압류를 걸어 둔 지 오래됐다면 그 계좌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잔고가 0원인 채로 몇 년째 거래가 없는 계좌라면, 시효는 압류한 날부터 이미 다시 흐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중단이 끝나면 몇 년이 새로 시작되나요?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민법」 제165조 제1항). 시효 기간을 거래 성격별로 어떻게 세는지, 어떤 예외가 있는지는 미수금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소멸시효 총정리에서 따로 다룹니다.

이 글에서 볼 것은 그 10년을 언제부터 세느냐입니다. 중단이 되면 계산이 리셋됩니다. 중단까지 지난 기간은 셈에서 빼고,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 셉니다(제178조 제1항).

그래서 중단사유가 종료한 날이 언제인지가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가 됩니다. 앞 절에서 본 것처럼 그 날짜가 압류명령이 은행에 송달된 날 그 자체일 수 있어요.

압류를 걸어 뒀다면 확인할 것

압류는 시효를 중단시킵니다. 잔고가 0원이어도 중단 자체는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피압류채권이 없으면 집행절차가 곧바로 끝나고 시효는 그날부터 다시 갑니다. 계좌가 있어도 오래 잠들어 있던 계좌라면 같은 결론이 날 수 있어요.

그리고 은행에 송달된 것과 채무자에게 송달된 것은 다른 일입니다. 통장이 묶였다고 시효까지 멈춘 것은 아닙니다. 압류를 어떤 순서로 신청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판결 후 미수금 강제집행, 회수 절차와 통장압류 순서에서 다룹니다.

남은 기간이 있다면 손쓸 방법도 남아 있습니다. 「민법」 제168조는 중단사유를 셋으로 두었고 압류는 그중 하나일 뿐이에요. 시효가 완성되기 전이라면 제1호의 청구로 새 중단사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절차로 청구할지는 미수금 지급명령 민사소송, 선택 기준에서 금액과 다툼 여부로 갈라 두었습니다. 순서는 남은 기간을 계산하는 것부터예요.

압류를 걸어 둔 지 오래된 채권이라면 시효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집행 기록과 계좌 상태를 놓고 남은 기간을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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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잔고가 0원인 계좌를 압류해도 의미가 있나요?

중단 효과는 생깁니다. 대법원은 압류 당시 피압류채권이 부존재하는 경우에도 집행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로 볼 수 있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봅니다. 다만 그 중단이 압류명령 송달 시점에 곧바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 2024다310980 판결의 요지입니다. 시효를 길게 확보할 목적이라면 잠든 계좌 하나에 기대지 말고,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계좌를 찾거나 다른 중단사유를 함께 마련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은행에는 송달됐는데 채무자에게는 송달이 안 됐습니다.

압류의 효력은 생깁니다.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이 제3채무자 송달을 효력 발생 시점으로 정하고 있어서, 통장은 묶인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민법」 제176조는 압류를 시효의 이익을 받은 자에게 하지 않은 때에는 그에게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합니다. 채무자 송달 결과를 확인하고, 송달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지 마세요.

압류를 여러 은행에 한꺼번에 걸면 더 안전한가요?

은행 수가 아니라 계좌의 상태가 기준입니다. 2024다310980 사건에서도 채권자는 은행 세 곳에 걸었지만, 두 곳은 계좌가 개설된 적조차 없어 그 부분 압류는 효력이 없었습니다. 계좌가 실제로 있는지, 그 계좌에 가까운 장래에 돈이 들어올 것으로 볼 만한지가 갈림길입니다. 재산을 어떻게 찾아보는지는 거래처 재산 조회, 판결 전과 후로 갈립니다에서 다룹니다.

지급명령으로 확정된 채권에도 이 판결이 적용되나요?

2024다310980 사건의 채권이 바로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2010년 2월 5일 지급명령이 확정됐고, 그 지급명령으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그 채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새로 진행하는지를 다뤘습니다. 다만 파기환송 판결이고 “볼 여지가 있다”는 표현이 쓰인 사건이라, 결론은 환송 후 심리에서 정해집니다. 내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기보다 계좌 상태가 어땠는지를 먼저 확인하세요.

압류를 풀고 다시 걸면 시효가 새로 시작되나요?

「민법」 제178조 제1항의 구조상 중단사유가 종료한 때부터 새로 진행하므로,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새로운 중단사유를 만들면 다시 셈이 시작됩니다. 다만 이미 완성된 시효는 되살릴 수 없습니다. 남은 기간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앞선 중단사유가 언제 종료했는지부터 따져야 해요. 이 글에서 본 것처럼 그 날짜가 압류한 날 그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참고 자료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 제165조, 제168조, 제176조, 제178조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사집행법」 (시행 2026-02-01) — 제227조, 제229조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310980 판결(청구이의),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0. 선고 2023나54619, 54626 판결 — 장래의 예금채권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과 그에 따른 시효중단 효력의 종료 시점을 다룬 판결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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